Friday, December 27, 2024
Daily Story

아버지의 愛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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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웃기는 재주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아버지(가상)에겐 친구가 많습니다.

우리집은 늘 연령도 다양한 아버지 친구들로 북적이지요.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의 손을 빌어 대소변을 받아내는게 미안하셨던지 물도 밥도 드시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이 문병을 왔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한 아저씨만 빼고요.

한 고향에서 나고 자랐으며 성도 같아 제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우리집에 오시던 분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도 내심 서운한 눈치셨고요.

며칠 뒤 드디어 그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찾아 오셨습니다. 커다란 찬합에 도시락을 싸 오신 아저씨는 아버지에게 젓가락으로 찰밥을 떠 먹이시며 말없이 우셨습니다.

아버지의 입이 돌아가 밥알이 자꾸만 떨어지는데도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밥을 먹이시려 했습니다. 전 그 눈물겨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병실 밖에서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네 아버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저 양반 몸져 누우셨단다. 지금껏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끙끙 앓았단다.”

아마도 아저씨는 함께 늙어 가는 친구가 쓰러진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병이 나셨나 봅니다.

퇴원한 뒤, 아저씨는 날마다 우리집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도 모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십니다.

아버지와 목욕도 다니고 함께 산책도 하시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많이 건강해지셨습니다.

저희는 가끔 아저씨를 아버지의 ‘愛人’ 이라고 놀리기도 한답니다. 나도 이런 애인 한 명쯤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는 때로는 가족이나 애인보다 소중합니다. 곁에 있는 친구는 당신의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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