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Daily Story

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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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시골동네에서 나서 자랐다. 봄이 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리밥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 얘기였다. 보통은 조밥을 먹었는데 그 좁쌀도 떨어져 갈 때 쯤이 가장 배고프고 힘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계절은 호시절이라 산과 들에 꽃이 피고, 앵두나무엔 주렁주렁 달린 앵두가 빨갛게 익어갔다. 우리집 뒷마당엔 큰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 해에는 가지가 부러질 만큼 앵두가 열렸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등교하는 나에게 엄마가 도시락을 주면서 그러셨다. “오늘 도시락은 특별하니 맛있게 먹거라!”

점심시간이었다. 특별해 봤자 꽁보리 밥이겠거니 하고 도시락을 열었더니 도시락이 온통 빨간 앵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좁쌀마져도 떨어져 새벽같이 일어난 엄마가 땅에 떨어진 앵두를 주워 도시락을 채운 모양이다.

순간 창피했다.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열어둔 채로 책상에 엎드려 소리죽여 울고 말았다.

아이들의 놀리는 소리로 교실이 떠들썩 해지자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상황을 판단한 선생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와~ 맛있겠다. 이 도시락 내 거랑 바꿔 먹자!”

그리고는 나에게 동그란 3단 찬합 도시락을 건네셨다. 1단에는 고등어 조림, 2단에는 계란말이, 그리고 3단에는 여러 가지 반찬과 쌀밥.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눈 깜빡할 사이에 도시락을 비웠다. 먹으면서도 왜 그렇게 서럽게 눈물이 나던지… 선생님께서도 앵두를 남김없이 다 드셨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나는 도시락을 내던지며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엄마! 차라리 도시락을 싸지 말지. 창피하게 그게 뭐야!

하지만 엄마는 듣는 둥 마는 둥 딴소리를 하셨다. “그래도 우리 아들 앵두 다 먹었네!”

나는 엄마가 밉고 서러워 저녁 내내 울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부엌에서 엄마의 설거지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문틈으로 살짝 내다보니 내 도시락을 씻던 엄마가 옷고름으로 입을 틀어막고 어깨를 들썩이셨다. 울고 계셨던 것이다.

찢어지는 가난에 삶이 괴롭고 어려워도 내색하지 않던 울엄마… 자식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울음마저도 숨죽여 울어야 했던 울엄마…

자식에게 앵두 도시락을 싸줄 형편에 그 앵두라도 배불리 드셨겠는가!

엄마는 가끔씩 나에게 장난처럼 물으셨다. “나중에 크면 이 엄마에게 쌀밥에 소고기 사줄 거지?”

이제 내 나이 마흔이다. 결혼해서 그때 나만한 아들을 두었다.

쌀밥에 고기가 지천인 세상이고 쌀밥에 고기국은 서민들도 다 먹는 세상이 되었건만…

그토록 씰밥에 소고기국을 먹고 싶어 하셨던 엄마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셔서 이 세상엔 안 계신다. 생각하면 그립고 죄송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엄마, 울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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