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Daily Story

곡신불사(谷神不死)

167views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만고의 진리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 물은 개천과 강으로 흘러 들어 거대한 호수를 만들기도 하고, 종국에는 바다에 이른다. 

물이 흘러 모이는 곳은 마르지 않는다. 마르지 않는 낮은 곳에 생명이 잉태하고 성장한다.

낮음과 낮춤의 현묘함을 표현한 말이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는 뜻의 ‘곡신불사’이다.

가뭄으로 온 세상이 타들어가도 마르지 않는 낮은 계곡은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상징한다.

지금의 세태를 보면 온통 높고 강함만을 추구하고 있다. 모두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을 갖고 싶어 한다. 그렇게 거머쥔 권력과 부를 드러내고 싶어 안달한다.

알량한 힘으로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소위 갑질도 결국 자신의 강함과 높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높고 강함은 생각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종종 진정한 승리는 시간이 흐른 뒤에 결정되곤 한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승리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곡신불사의 정신을 지닌 경우가 많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라는 다윈 ‘진화론’의 대명제가 인간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사람들이 지닌 덕목이 있다.

첫 번째 덕목은 겸손이다.

자신을 낮추고 낮은 자세로 사람을 대하는 겸손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용기와 자신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겸손은 자주 양보의 미덕을 요구하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서도 섭섭해하지 않는 아량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덕목은 끊임없는 자기반성이다.

반성을 한다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되짚어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잘못을 알고 인정하기에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세 번째 덕목은 경청이다.

말이 힘이고 권력인 시대에 많은 말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많이 듣는 것이야말로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인내와 배려는 자신을 낮춰야만 가능한 것이다.

Leave a Response